한인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몇 번 투어를 해봤기 때문에(게다가 아주 전문적인 가이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고, 그냥 재미있었던건 투어 이후에 가졌던 질문 세션이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앉혀 놓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형식이었는데, 나도 이제 부모가 된 입장이라 어린 학생들이 하는 질문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느껴지는 것도 많고 그랬다. 특히 이렇게 어린 애들을 앉혀 놓고(IVY league tour라는 형식이라 부모들이 방학 때 좋은 학교들 구경하고 오라고 보낸 경우임) 좋은 학교 가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막 이런 질문에 대답하다보니 우리 아이들은 어찌 공부시킬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저 질문 세션에서도 비슷하게 대답했지만 난 정말 내가 어떻게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다시 되돌아봐도 스스로는 내가 사용했던 뭔가 이렇다 할 학습방법이라든지 장기계획 이런게 잘 정리가 안된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냥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시험잘 보는 -_-; 학생이 되어 있을 수 있었던건 부모님(특히 어머니)의 교육열 및 구체적인 전략 덕분이었던 것 같다.
컴퓨터 쪽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었던 과정이나 동기 같은건 그나마 제법 뚜렷하게 기억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스스로 좀 알 것 같은데, 불운하게도(?)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는 정보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 등이 입시 전형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내가 설명해줄 수 있는 그쪽의 과정은 실질적인 수험과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그런데 또 이렇게 글로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직접적인 반영은 없었고 수능시험에서 직접 컴퓨터 공부 덕을 본 부분이라고 해야 수리영역의 한 두 문제에 그쳤겠지만, 어쨌든 일반 교과 과정보다 심화된 무엇인가를 공부하면서 훈련하고 쌓아온 학습적인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다른 공부에도 영향을 줬던건 사실이었을 것 같다)
우리 아이 어떻게 명문대 보낼까요? 뭐 이런 글로 주제가 흘러갈 소지가 보여서, 그냥 원래 하려던 얘기로 마무리.
질문 세션 끝나고 작별하려는데(사실 몇은 그 전 투어 때부터) 아이들 몇이 나한테 막 싸인 해달라고 그러는 것이다 -_-; 이유는? 특목고 나오고 서울대 들어가고 IVY League에 유학오고(사실 IVY가 유명한건 학부때문이라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음) 그런 사람 처음 봤으니까 싸인 해달라는 것. 처음에는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 누군가 한명이 너무나도 간절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집요하게 부탁하길래 귀찮기도 하고 뿌려치기도 힘들어서 그냥 쓱 해줬더니, 아이들의 심리가 누구 한명이 하니까 자기도 따라서 해둬야할 것 같았는지 결국 우르르 몰려들어서 대부분의 학생들한테 해줬다.. 30명 정도? T.T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서 들었던 몇 생각..
- 아 내 싸인 구린거 아닌가. 평소에 카드 긁고 싸인할 때는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수십명 하다보니까 괜히 민망해졌다.(싸인 밑에 나비라도 그려줄걸 그랬나)
- 정신없이 하다보니까 어떤 아이가 '내껀 왜 이렇게 다르지?!' 막 이러면서 지나가는데.. 진짜 연예인들은 싸인 연습을 해서 그나마 비슷해보이는 싸인을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걸까? 아니면 너무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훈련이 되어서 variation이 작은 싸인을 항상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걸까. 실제로 수십번 하다보니까(그리고 무슨 진짜 연예인처럼 아이들한테 둘러 쌓여서 막 걸어가면서 싸인했음) 집중력이 떨어져서 대강하게 되더라. 세상에 쉬운 직업 하나 없음..
- 아이들한테도 그 상황에서 여러번 했던 말인데, 이거 사실 받아봤자 아무 소용 없을테고 어딘가에 버려지겠지만(대부분 자신이 이번 여름 여행을 위해서 마련한 것처럼 보이는 공책이나 메모장 등을 내밀었음) 혹시라도 간직하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내가 꼭 유명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음 -_-;
- 마지막에 다 정리되고 인솔자 선생님(20대 중반 여성)이 추후에 또 투어가 있거나 질문할게 있으면 연락할 수 있게 email 주소 적어달라고 노트를 건냈는데, 0.01초 정도 '어헛 참 또?' 라는 생각이 들었음. 무심코 싸인 휘갈겼으면 제대로 창피할 뻔 했음
Posted by ssimzie




